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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실려 떠나는 달성 여행

독특한 향토 문화, 천혜의 자연환경 관광객 감탄

유경훈 기자  / 2009-03-04 11:05:34

심산계곡 맑은 물이 ‘졸졸졸’ 봄을 노래하고, 겨우내 숨 죽였던 대지(大地)는 그동안 잉태하고 있던 새 생명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청량감을 선물하는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대구 달성군에도 봄소식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슬산과 도농서원, 유가사, 육신사, 녹동서원 등의 명소에는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진달래 천국’ 비슬산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위치한 비슬산은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2대 명산으로 해마다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참꽃)가 물결을 이루고, 여름이면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더위를 식혀준다. 초록이 색동옷으로 갈아입는 가을이면 억새 군락이 장관을 연출하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겨울에는 ‘얼음축제’가 열려 사시사철 언제나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비슬산은 특히 계절별로 독특한 색상을 연출하는데 매년 4월 하순이면 정상이 연분홍 진달래로 장관을 이룬다.
달성군은 이 때에 맞춰 ‘비슬산 참꽃 축제’를 열고 숲 속 음악회와 참꽃 시 낭송회, 사진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로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비슬산 곳곳에는 관광명소와 크고 작은 사찰, 그리고 문화유적이 즐비하다.
신라 사찰인 유가사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재사, 도성암, 대견사터 등은 비슬의 장구한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대견사터에 지금은 주춧돌과 석탑 1기만 남아있지만 주변 흔적은 당시의 규모와 위용이 대단했음을 짐작케 한다.
대견사터 주위에는 지금도 스님 바위와 코끼리 바위, 형제 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으며, 조화봉 아래 능선에는 칼바위와 톱니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특히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슬산 암괴류는 2003년 천연기념물(435호)로 지정될 만큼 높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비슬산은 희귀 초화류인 솔나리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박새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로도 손색이 없다.

영남유학 르네상스의 현장 도동서원
도동서원은 도산서원, 병산서원, 소수서원, 옥산서원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서원으로 동방 5현(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황, 이언적) 중 한 사람인 한훤당 김굉필(1454∼1504)을 모신 곳이다. 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 전국 650개 서원 가운데 살아남은 47개 중요서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도동서원에서 주목해볼 것은 400년 된 은행나무. 여럿 가지 가운데 북쪽으로는 난 가지는  10여 년 전에 부러졌는데, 이 일이 있기 전 약 3, 4일간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동서 남쪽으로 뻗은 가지 네 개는 세월의 무게가 버거웠던지 땅바닥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솟아올랐다.
은행나무를 뒤로하고 발길을 옮기면 고건축이 다가서는데 바로 수월루다. 이곳에 오르면 앞쪽 들판을 가로지르는 낙동강과 그 너머 고령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월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협소하고 높이가 낮은 문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내 마음의 주인을 부른다’는 뜻을 지닌 환주문(喚主門)이다. 이 문은 서원의 중심이자 강학이 이루어지던 중정당(中正堂)에 이르는 곳으로 갓 쓴 유생도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겸양의 문이다.  
도동서원 중정당을 받치고 있는 기단은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날씨와 계절에 따라 색이 오묘하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4각부터 12각 으로 튀어나온 돌 모서리를 맞춘 솜씨는 건물의 조화로움이 이런 것인가 싶다.

천년고찰 유가사, 山水·絶景 감탄
비슬산의 주봉인 대견봉 아래쪽에 위치한 유가사는 신라 흥덕왕 2년(827)에 도성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천년 고찰로 빼어난 산수와 절경이 참배객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명(寺名) 역시 비슬산의 바위 모습이 아름다운 구슬과 부처의 형상과 같다고 해서 옥 유(瑜), 절 가(伽)자를 붙였다.  
유가사의 당우는 대웅전을 비롯해 백화당, 동산실, 취적루, 천왕문, 나한전, 용화전, 산령각 등이 있고 대웅전 앞쪽으로는 삼층석탑이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유가사에는 또한 영험이 있는 괘불이 한점 있는데 날이 가물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법당 에 모셔두고 스님과 주민이 기도하면 불가사의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전한다. 산 속에서 무서운 짐승이 나타나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일이 잦아 괘불을 대웅전 앞에 걸어 놓고 제사를 지내니 그 뒤로 무서운 짐승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전설도 있다.
현재 유가사는 옛 명성에 걸 맞는 종합정비 계획안을 마련, 복원 불사를 추진 중이다.

사육신 혼령 모신 ‘육신사’
달성군 하빈면 묘골에 자리 잡은 육신사는 삼촌에 왕권을 빼앗긴 ‘어린 왕’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목숨을 잃은 사육신(死六臣)들을 모신 사당이다. 원래는 사육신의 한사람인 박팽년 선생만을 모신 곳이었으나 선생의 현손인 박계창이 선생의 제삿날 사육신이 사당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꿈을 꾼 뒤로 모든 사육신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게 됐다고 한다.  
육신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작은 연못이 보이고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오른쪽에 태고정(太古亭. 보물 제554호)이 자리한다.
태고정은 박팽년 선생의 후손인 박일산이 1479년 건립했으나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일부만 남아있던 것을 광해군 6년(1614년)에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태고정에서는 지금도 박 씨 문중이 매년 사육신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어 대구의 전통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관광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육신사 입구 관광센터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낙빈서원(洛濱書院)과 마주한다. 이곳은 원래 사육신의 위패를 모신 사액서원이었으나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됐다가 1982년 복원됐다.  

三亂功臣 김충선 장군을 모신 녹동서원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문물을 흠모, 귀화해 큰 공을 세운 김충선(1571~1642·일본명 시야가)장군을 모신 곳으로 대구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서원이다.
김충선 장군은 조선에 화포와 조총을 제조 및 사용법을 전수하고, 18개 지역의 왜적 의성을 탈환하는 등 눈부신 업적과 전공을 세웠다. 이에 권율 장군과 어사 한준겸(韓浚謙)이 왕에게 간청해 정이품 자헌대부에 올랐으며, 선조가 그를 친히 불러 김충선이란 이름을 하사했다.  
그는 또 선조 36년(1603)에 북방에서 여진족이 국경을 어지럽히자 국경방어를 자청해 10년간 국경을 지켰고, 이괄(1624)의 난 때에는 부장(副將) 서아지(徐牙之)의 목을 베어 공을 세웠다.
인조 5년(1627) 병자호란 때에는 의병을 모아 경기도 광주의 쌍령(雙嶺)에서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김충선 장군은 이러한 공으로 조정으로부터 벼슬과 논밭을 하사받았으나, 이를 마다하고 우록리에 내려와 사슴과 벗하며 여생을 마감했다.
녹동 서원을 전시관을 방문하면 김충선의 일생을 담은 영상을 관람하고 유물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국민의 맛 유혹하는 달성군 친환경 특산물
당성군은 도농복합도시로  특산물 또한 즐비하다. 군은 관내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농가 수익을 높이기 위한 행사도 많이 갖고 있다.
‘황후의 과실’ 옥포 참외= ‘황후의 과실’ 브랜드로 잘 알려진 옥포참외는 유기물이 풍부한 완숙퇴적토 및 황토에서 생산돼 아삭아삭한 참외 고유의 맛이 나고, 당도 또한 뛰어나다.
특히 올해는 좋은 일조량에 의해 평균 당도가 13.0~13.5 브릭스(Brix)에 이르는 등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고 품질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벌 수정 참외’ 하빈 벌꿀참외= 20여년 전통의 ‘벌 수정’ 참외재배는 당도, 신선도가 뛰어나고 색깔이 선명하다. 껍질도 얇고 육질이 단단해 아삭아삭한 맛이 나고 저장성도 뛰어나다.
현재 대구 달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하빈 벌꿀사랑 참외’ 명품화를 위해 패키지 사업을 4년 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과거 합격’ 유가 찹쌀= 유가찹쌀은 비슬산의 좋은 공기와 비옥한 토양에서 저농약, 유기질을 사용한 친환경 농법에 의해 재배된 것으로 전량 농협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유가 쌀은 윤기가 있으며 희고 찰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떡을 만들어도 빨리 굳지 않아 옛날 경상도 선비들은 봇짐에 넣어 과거 시험장까지 가서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합격 찰떡’. 유가쌀로 만든 떡은 기운이 약한 사람과 위장이 거북한 사람에게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해군도 탄복한 천하 명주 ‘유가 하향주’= 대구지역에 소문난 전통명주로 비슬산 맑은 물과 전통누룩, 유가찹쌀에 약초를 더해 빚는다. 약초로는 비슬자락의 들국화, 약쑥, 인동초 등이 첨가된다.  
하향주는 신맛과 단맛, 떫은 맛, 쓴맛과 구수한 맛 등 민속주 특유의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지고 연꽃 향이 뒷맛으로 남아 입안에 은은히 감도는 점이 특징이다. 이 맛에 반했는지 조선 광해군도 한번 맛을 보고는 ‘천하명주’라 칭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