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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아침’경상북도로 떠나는 감성여행

절경 속에 감춰진 고매한 정신을 찾아 ‘뽀드득 뽀드득’

박동진·배문희 기자  / 2009-01-30 11:00:30

경상북도가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기획해 명사와 여행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직접 답사하고 그 후기를 모아 책으로 엮은 ‘명사27인의 아름다운 그곳’에서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여행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경북이 아름다운 이유는 천혜의 자연 속에 숨어있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 때문이 아닐까. 자, 그럼 경북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기개와 절개로 눈부신 울진 금강송 군락지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계곡은 아름답고 늠름한 금강송의 자태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금강송 최대 군락지다. 무려 4백83만평(1천6백10만㎡)에 이르는 광활한 군락지에 평균수령 150년, 평균 키가 23m에 달하는 소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상상해보라. 당신이 그 소나무 군락 사이에 서 있다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가지, 겨울임에도 푸르른 솔잎,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소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만으로도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질 것이다.
울진 금강송은 빛깔이 곱고 단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소나무 품종이다. 궁궐 대들보, 왕족의 관, 사찰재 등으로 사용되며 지난해 화재 피해를 입은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사업에도 사용될 예정이란다. 하늘을 향해 매끈하고 올곧게 뻗은 모양새가 한눈에 봐도 다른 소나무와는 확연히 다른 ‘귀족’ 소나무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금강송은 ‘미인 소나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조선 숙종 때부터 이 일대는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산을 금지했었다고. 그 후 일제시대를 거치며 무자비하게 벌채되는 등 수난을 겪다 1959년에 이르러 육종림(育種林)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이처럼 수백년을 우리와 함께 해온 금강송들은 지난 2000년 4월 동해안 일대를 덮친 산불에 잿더미로 변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다행히 산신령(?)이 지켜준 덕분인지 화마의 피해를 비껴갔다고.
경북은 산악인 허영호 대장과 함께 금강송을 둘러보는 행사를 여는 등 금강송을 트래킹 코스로 개발해 아름다운 자연을 널리 알리고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낙락장송의 매력을 찾아 울진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경주 남산에서 느끼는 신라의 마음
쌩 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남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천년고도의 보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 경주를 갔다 왔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산에는 천년고도의 찬란한 역사유물이 가득하다. 유물만도 절터 100여 곳, 석불 80여 구, 석탑 60여 기에 달한다고 하니 거의 노천박물관 수준이다. 그러니 남산을 오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 맬 생각을 했다면 일단 경주여행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산에 오르면 발길 닿는 곳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남산 서쪽 기슭에 있는 ‘나정’에서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를 떠올리고 부처골 감실석불좌상을 바라보며 천년고도의 정신을 곱씹어보는 것은 어떨까. 부처골 감실석불좌상의 얼굴에 빛이 비치는 시기는 동지를 전후하여 열흘정도 된다고 하니 그 즈음에 남산에 오른다면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산은 유적 뿐 아니라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많은 계곡이 있고 기암괴석이 위용을 뽐내며 등산객의 발길만큼이나 많은 등산로가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다 신라의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가 예술로 승화된 곳이 바로 남산인 것이다.

영주 부석사에 가거든 뒤를 돌아보지 마라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들어 창건한 고찰이다. 부석사에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목조 건물인 무량수전이 있는데 빼어난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주심포계 단층 팔작지붕을 한 무량수전은 사방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흠잡을 데 없이 빼어난 아름다움과 품위를 지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부석사에 들어서는 초입에서부터 무량수전에 이르기까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절묘한 공간구성과 배치의 긴장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다.
부석사는 경사진 산지의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축대를 높이 쌓은 위에 건물을 지었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을 지나 안양루의 밑을 통과해 무량수전의 앞마당에 도달하게 되는데 약간 사선으로 꺾인 진행방향 때문에 조금씩 경사가 높아질수록 건물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났다가 다시 살짝 감춰지는 등 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 극적인 느낌은 안양루 아래에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한 걸음 위로 올라갈 때마다 무량수전의 모습이 조금씩 위용을 드러내면서 절정에 이른다. 이런 공간적 카타르시스는 부석사 무량수전에 다 올라서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더욱 극대화된다. 이번 주말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부석사로 떠나는 것은 어떨까.
단 일주문에서부터 무량수전에 이르기까지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숲 속에 떠 있는 섬, 청송 주산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보면 버드나무가 반쯤 잠겨있는 호수 한 가운데에 절이 떠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 등장한다.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 청송 주산지이다.
주산지는 약 270여년 전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저수지이다.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은 7.8m로 그리 큰 저수지는 아니지만 독특한 자연경관과 아늑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특히 저수지 속에 허리가 반쯤 잠긴 채 자라는 1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20여수의 신비로운 자태는 마치 현실세계가 아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산지는 계절마다 독특한 자연경관을 뽐낸다. 봄에는 왕버드나무와 호수의 빛깔이 은은한 연둣빛으로 반짝이고 여름에는 울창한 산림이 주산지를 에워싸며 가을에는 단풍으로 색색이 물이 들고 눈 덮인 겨울에는 한 폭의 한국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다시 봄에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 주산지의 사계는 절기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끝없이 순환을 계속한다.

원시자연이 푸르게 살아있는 울릉도
제주도가 잘 다듬어진 보석이라면 울릉도는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천연의 빛을 내포하고 있는 원석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울릉도가 제주도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한다. 도동항에 내려서는 순간 보이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들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원시시대로 들어선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태고적 신비’, ‘천혜의 자연’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긴 해도 딱 들어맞는 곳이다. 울릉도 여행일정을 잡는다면 최소 2박 3일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작지만 볼거리가 많은 산이기 때문이다.
울릉도가 동해에 우뚝 솟은 산이라면 성인봉은 그 산 속에 핀 꽃봉오리다. 해발 984m의 높이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양새가 서 있는 모양새가 성스러워서 성인봉이라고 부른다.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는 정상 부근의 원시림(해발 600m)에는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의 희귀 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때묻지 않은 자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절경을 발 아래에 두고 원시림 숲속을 거니는 내수전 트래킹 코스는 울릉도의 명소 중의 명소로 손꼽힌다. 내수전의 일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죽도, 관음도, 섬목, 저동의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울릉도가 당당하면서 다소 괴팍한 아버지라면 나리분지는 포근하고 넉넉한 어머니에 비할 수 있겠다. 나리분지는 꼬불꼬불한 산길 안에 외륜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감싸고 있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이다. 성인봉과 천두산, 형제봉이 병풍을 두르고 있어 더욱 아늑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울릉도이지만 아쉽게도 울릉도는 방문객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기상조건이 좋지 않으면 울릉도에 진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울릉도는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마음에 신비의 섬, 원시자연의 섬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