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에서 가장 젊은 해변을 찾는다면 단연 ‘월정리’를 꼽는다. 마치 ‘연남동’의 분위기를 해변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그만큼 20~30대로 보이는 무리가 많다. 혼자와도 사람구경이 재미있다. 커플끼리 사진 찍는 모습, 이제는 익숙해진 여자 셋 모임이 그렇다.
월정리는 행정 구역상 구좌읍에 속한다. 구좌는 원래 생산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가 많지 않고 척박한 곳이었다. 구좌의 유명한 작물을 떠 올려 보면 당근과 감자이다. 요리나 조리의 재료로 치면 훌륭하지만 주식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제주에서도 상대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지역이었다. 월정리에 가 보면 풍력발전기가 많이 보이는데, 바람이 강한 이유도 있지만 제주 개발이 있기 전까지는 저렴하게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탓도 있다.
월정리가 관광지로 부각된 것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제주로의 여행이 하나의 유행이 되면서 부터이다. 젊은이들의 자유 여행이 SNS을 통로로 유명 관광지를 만들어 놓는데, 월정리는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해변의 경관은 너무 넓지 않으면서도 하얀 모래와 초록빛 바다가 바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확실히 풍력발전기가 어울릴 정도로 다른 해변에 비해 바람이 강하여 서퍼(suffer)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의 상점들을 보면 코로나와 같은 수입 맥주를 파는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비트가 강한 젊은 사람들의 음악이다. 가게 밖 테이블에 앉아 음식과 함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해변에 누워 태닝(tanning)을 즐기며 맥주병을 기울일 수도 있다. 바쁘게 돌며 여행하다가도 이 곳에 오면 느긋하게 시간을 때우고 싶어진다.
숙소를 보면 해변 방향으로 객실마다 수영장을 내거나 전면 통유리를 설치한 곳이 많다. 그 만큼 경치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의 색은 햇빛이 강한 맑은 날일수록 채도가 짙어진다. 또한 제주도에서도 북동부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해가 뜨는 아침 시간 보다는 오후에 태양을 등지고 보는 바다가 더 짙은 색을 내뱉는다. 오전에는 바다에서 놀다가도 햇살이 강해지는 오후부터는 객실에서 시원한 에어컨과 함께 바다를 보면 쉬는 것도 월정리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여름이 되면 밤에도 월정리 해변은 쉬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기도 하며, 오후의 뜨거워진 몸을 식히며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파도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술자리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고 즐거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 곳의 발전이 놀랍기만 하다. 가난하고 척박했던 동네가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고 하나의 관광지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말이다.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주민들 옆으로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 곳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졌음을 알게 한다. 해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완전한 제주 농촌의 모습이다. 반대로 그런 곳을 지나 만나게 되는 월정리 해변의 대조적인 모습은 나로 하여금 이 곳을 계속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글 ․ 사진 배대웅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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