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11월 14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적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 대부분의 평가다.
그런데 평생 ‘박정희경제학’을 연구한 인물이 있어 화제다. 그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갈 길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묻고자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문화관광저널>은 박정희기념도서관을 탐방하면서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재단 이사장을 만나 박정희경제학에 대해 인터뷰했다. 독자들께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념관을 답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복잡계 창발 현상이란.
그의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에 보면 ‘복잡계 창발 현상’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한국의 개발연대 시기(1962~1979년)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경제 논리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가 도입한 경제용어다. 본래 복잡계 이론은 과학용어다.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개개의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창발(emergence)이라 하며, 복잡계는 창발현상을 보이는 시스템이다. 주류 경제학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박정희 경제정책을 그가 견강부회(牽强附會)적으로 도입한 용어일 수도 있다.
“그런 개념까지 고민했던 이유가 박정희라는 분의 특이성 때문에 그래요. 제가 미국서 공부할 때 박정희식 경제가 뭔지 배운 게 없단 말이에요. 박정희 경제발전을 전 세계 경제학계에서도 설명을 잘 못해요. 그래서 경제학을 반추하면서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을 했죠. 사실 이 책은 새로운 경제학입니다.”
그는 영국의 한 출판사에 <경제발전의 일반 이론-자본주의 선언문>이라는 책을 출간 의뢰했다. 경제발전 이론을 다시 썼다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을 재구성해서, 서구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발전까지 포함하는, 더 역사적으로 농경사회서부터 자본주의사회까지 통틀어서 경제발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 나름대로 개발해서 그 제목을 일반이론이라고 붙인 거죠.”
자조 정신과 신상필벌이 창발 현상.
좌 이사장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자조 정신의 원리가 서양의 자본주의 혁명의 기초가 된 것이라며 성경에 나온 구절을 소개한다.
“주인이 먼 여행을 떠나면서 하인들을 불러 모아놓고 돈을 나눠줬어요. 능력에 맞게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씩 나눠줬는데, 돌아와서 보니까 5달란트, 2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각 2배씩 늘렸는데 1달란트 받은 자는 땅에 묻어뒀기 때문에 그대로였어요. 그 하인은 돈을 불리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쫓아내고 그 돈을 빼앗아 가장 많이 불린 하인에게 줘서 더 많이 늘리게 했어요.”
그는 동양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며 법가사상을 든다. 법가사상은 춘추 전국 시대 부국강병과 왕권의 강화를 위해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엄정한 법치를 통해 진나라의 중국 통일에 기여한 사상이다.
좌 이사장은 시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업 조직을 만들었고 주식회사가 생겼다는 것이다. “창발의 과정은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새로운 재화와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아주 복잡해요. 잘하는 사람한테 배우는 것이 세상 이치에요. 일본의 노하우를 배운 것은 잘하는 것이죠. 일본이 서구의 발전과정을 배웠고 지금은 중국이 우리를 잘 따라 하잖아요. 또한, 잘하는 기업을 열심히 따라 배우는 게 기업의 성공 원리예요. 모델로 삼아 벤치마킹한다는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 무임승차를 한다는 거예요. 창발의 원천이 되는 기업의 노하우가 무임승차 당하면서 훌륭한 기업들은 생기지 않는 거예요. 무임승차 당하면 회사도 사람도 망하는 겁니다.”
그는 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는 자가 넘치는 사회는 반드시 망한다고 강조한다.
좌 이사장은 시장과 기업조직만으로 경제발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잘하는 기업을 제대로 대우해주고 시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창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에 필요한 것이 신상필벌의 원리인데 정부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가 몇백 년이 걸린 경제성장을 우리가 20년 만에 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에서 경제 차별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죠. 성과를 내면 더 많이 돕겠다는 것이 ‘박정희철학’인데 수출의 날을 정해 포상하고, 은행에서 잘하는 기업에 대출을 늘려주고, 성과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차별하는 거예요. 잘하는 사람을 영웅으로 대접하고 이렇게 하면서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을 양지로 나오게 하는 것이 복지정책이 되고 사회정책이 되는 겁니다.”

[사진] 본지 편집국장과 대담 중인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게 사회주의 이념이죠. 어떻게 노력도 안 하는 사람에게 같이 분배할 수가 있으며, 남들처럼 잘살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할까요? 결국, 공산주의·사회주의가 다 망한 거 아닙니까. 망했지만, 사회주의 경제평등 이념은 자본주의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어요. 얼마나 많은 지식인과 정치인들의 머릿속에 사회주의 경제평등이념이 들어가 있는지 모릅니다. 자본주의는 신상필벌이 원칙이며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장치니까, 반드시 뒤떨어지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하잖아요.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수정자본주의라는 거죠. 보편화가 됐는데 더 나가면 사회민주주의라는 괴물이 됩니다. 사회주의를 민주주의 방식으로 하겠다는 말이죠.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사회민주주의 아니에요? 그 이념을 기초로 해서, 복지경제학이 만들어지고 온갖 분배제도가 거기서 나온 거예요. 제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지금 세계는 중국 빼놓고는 전부 다 사회민주주의를 하고 있어요. 중국은 오히려 자본주의를 제대로 하는 나라에요. 전 세계가 사회민주주의, 수정자본주의로 모두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저성장·양극화 아니에요?”
그는 사회민주주의가 모두 평등하게 잘사는 나라를 만든다고 하지만 하향평준화 된다는 것이다.
“창발적인 자본주의 경제는 모두 발전하지만 같게 만들지 않는 장치죠. 같게 만들면 모두 발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차별화해야지만 자본주의가 창발하고, 소득이 증대하고,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여기에 다름이란 걸 없애버리면, 오늘날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제가 영국에서 출판하는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경제의 정치화’와 ‘정치의 경제화’의 차이점을 얘기를 좀 해주시죠.
“정치의 경제화라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신상필벌의 이념을 체화(體化)하고, 그것에 맞춰서 경제정책을 결정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민주주의는 지도자를 뽑는 장치로 시작됐는데 입법부의 힘이 커지면서 모든 경제정책이 일인일표라는 민주방식에 의해 결정되게 되는 겁니다. 일인일표로 경제정책을 결정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다 평등하게 나눠먹자고 하지 않겠어요. 그럼 신상필벌의 원칙이 지켜지겠어요. 노력이나 성과에 관계없이 같게 나누자 하지 않겠어요. 바로 이걸 경제의 정치화라 할 수 있겠지요.”
정치의 경제화라는 용어를 제일 먼저 사용했다는 그는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주의 정치와 경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는 차별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모두가 똑같이 분배한다면 누가 더 잘 살려고 노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국가가 제대로 번영을 이룩하려면 국가번영부나 경제부를 만들어야 해요. 그걸 만들어서 대통령도 함부로 손 못되도록 하고, 대통령도 정치인이거든요. 신상필벌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생긴 이유가 시장이 신상필벌을 잘 못하기 때문인데, 그 신상필벌을 잘하려고 만들어진 게 기업이에요. 기업의 CEO는 자원을 활용해서 새로운 창발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장치입니다. CEO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해서 성과에 따라 차별화를 잘하고, 올바른 인재를 잘 골라내고, 적재적소에 자원을 잘 쓰느냐 하는 게 기업의 성공원리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시장보다 경제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 이 기업이 농경사회에서 자본주의로 바뀌는 과정에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게 바로 이 기업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경제를 기업경제라해야 맞지요. 미국이 세계 1등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업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좌 이사장은 기업의 구조조정도 신상필벌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퇴출할 기업은 빨리 퇴출하도록 하고 잘나가는 기업은 더 잘하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열심히 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기업을 사고파는 게 가장 쉬운 나라가 미국입니다. 제도적으로 잘 돼 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마음대로 기업을 사고팔 수 없게 되어 있단 말이죠. 잘하는 기업이 못하는 기업을 사서 성장시켜야 하는데. 못하는 기업이 잘하는 기업 발목을 잡고 있잖아요.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가 손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입법, 사법, 행정, 경제로 4부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정말 확신하건대 경제부가 만들어져서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정치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절대 경제가 하향평준화되는 일은 막을 수 있겠지요.”
성과주의, 신상필벌의 단점도 있지 않나요?
“성과를 평가하는 게 어려운 거예요. 성과 평가가 제대로 안 되면 이 제도는 엉망이 되는 겁니다. 성과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거예요. CEO는 구성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제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해요. 기업의 목적, 조직의 목적에 맞춰서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평가에 따라서 공정한 차등 대우를 해줘야 해요. 성과 평가에 승복을 못 받으면 이 제도는 절대 작동될 수가 없어요.”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관해서 묻자 과와 공은 나뉘는 게 아니라며 창발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창발의 개념은 모든 문제를 개별적인 구성인자로 보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복잡계 핵심은 일체적으로 사물을 봐야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을 분석하면 화학분자는 같지만, 이걸 합치면 사람이 다 다르잖아요. 부분의 합이 전체 같지 않다는 거죠. 분자를 합쳤더니 세포 덩어리가 돼야 하는데 인간이 됐더라는 거죠. 이게 창발이라는 겁니다. 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가 필요했다는 겁니다. 공이 없는 사람은 과로 끝난다는 거죠. 5·16이 없었으면 공이 없는 거고, 10월 유신이 없었으면 공이 없다는 겁니다. 10월 유신, 5·16만 보면 과라고 하지만 과정은 과인데 결과는 공이다 이런 얘기가 되겠죠.”
좌 이사장은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세금 낭비와 우상화’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검소하게 준비하고 있으며 객관화할 것이라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을 분석하잖아요. 그래서 옳고 그름을 얘기하자는 거예요. 돈 많이 쓰면 안 되죠. 지자체와는 별개에요. 경상북도와 구미는 고향이니까 안 할 수 있나요. 오는 11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정희대통령탄생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합니다. 성금 받아서 먹고 사는 기관이 거창하게 해서 되겠어요. 박정희 대통령만큼 검소한 대통령이 또 세상에 없잖아요?”
박정희를 절대 우상화하면 안 된다는 그는 오는 10월 21일 박정희 유신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제2차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토론과 논쟁으로 객관화하자는 취지란다.
한강의 기적을 도입해 대동강의 기적으로 만들자고 했던데.
“북한을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1인당 소득 만 불 정도 올리는 과정은 박정희 시대적으로 안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정치체제는 독재를 인정하되 인간에 대한 존중을 법치로 하고, 경제적인 자유는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일으키고, 신상필벌로 국가를 일으켜 10년 정도면 1인당 소득이 만 불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도와주면 말이죠. 그리고 북한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신만 차리면 신상필벌을 잘할 수 있는 정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박정희를 모델로 1인당 만 불 정도만 되면 중국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요. 지금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딜레마는 북한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예요.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저렇게 잡고 있음으로써 미국의 목줄도 잡고, 우리의 목줄도 잡고, 저런 꽃놀이패를 왜 중국이 버리겠느냐는 거죠. 북한이 제대로 된 나라가 돼서 중국에 NO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립할 수 있는 국가기반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박정희의 한강의 기적을 도입하면 대동강 기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새마을 운동의 성공 요인이 신상필벌과 자조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성과에 따라 지원하고, 동기를 유발하며,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별화 전략에다 ‘하면 된다’는 자조 정신을 고취시켜 새마을 운동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한다고 모든 사람이 이익을 내고 소득을 올리려고 열심히 뛰지 않아요. 아프리카 마사이족처럼 수렵·채집시대에 사는 민족은 자기 편한 대로 먹고 사는 거예요. 굶어 죽지만 않으면 그냥 그렇게 사는 게 사람의 본성이에요.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새마을 운동을 일으킨 거죠”
좌 이사장의 박정희경제학은 신상필벌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의 경제화로 경제정책에 포플리즘적인 정권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하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박정희경제학을 널리 펼치고 싶지만, 정치적 이해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좌 이사장은 세월을 낚다 80세에 제후로 출세한 중국 강태공의 후손으로 그 역시 경제학으로 세월을 낚고 있다.

좌승희 이사장 약력
- 1947년생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대학원 경제학 석사
- UCLA대학원 경제학 박사
- 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위원
- 한국경제연구원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기개발연구원장·이사장, 대통령자문 국가 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등 역임,
- 저술: 《신(新) 국부론》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 《좌승희 박사의 대한민국 성공 경제학》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 등 저술
대담·전병열 문화관광저널 편집국장 chairman@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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