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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이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용산 이전·개관 10주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 새롭게 도약

  / 2015-06-12 14:15:21

















<화제의 인물-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박물관을 떠올리면 재미없고 딱딱한 이미지가 먼저 연상된다. 용산 이전·개관 1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반인들의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더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갖도록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며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10주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고 했는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고대불교조각대전’에 대해 소개해 달라.

“우리나라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불교문화입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문화의 근간을 이룬 불교문화의 기원과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불교의 동점(東漸) 과정을 불상의 탄생부터 7세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진 불상을 통해 살펴보고, 그 속에서 한국 불교조각의 원류와 위상을 조명해 보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전시에 필요한 불교조각품을 확보하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2년 동안 외국의 불교조각을 전시하기 위한 협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불교조각 60점과 7개국 20개 기관에서 출품한 150여 점을 전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 준비과정에서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 온 후 해외교류 및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국제적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떠올리면 먼저 딱딱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것만큼은 꼭 둘러보고 가라’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 있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관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딘가?’ 그런데 제 입장에선 다 같은 자식인데 ‘이것만 보고 가라’ 고 하면 다른 쪽이 서운해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추천하기보다는 불교, 조각, 도자기, 금속공예, 그림 등 다양한 분야 중에서 본인이 관심이 있거나 보고 싶은 곳을 먼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 전체를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여러 차례로 나누어 차분히 보다 보면 우리 문화재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입구에 들어오면 안내지도와 리플렛이 있으니 그걸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상설전시는 코스별로 설명하는 전시안내해설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우리 문화에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극장 용’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음악회가 많이 열려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홈페이지에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문화 공연이 잘 소개되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걸 보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군악대 공연도 펼쳐졌는데 열린마당 계단에 사람들이 꽉 찰 정도로 성황이었습니다. 전시나 공연에 흥미가 없는 분들이라면 잘 가꿔진 숲과 연못, 야외전시장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박물관을 즐기는 한 방법입니다. 서울에서 이만큼 좋은 장소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참고하고자 하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있다면 어디인가

“우리와 비슷한 성격의 박물관 가운데 대표적인 곳으로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브리티시박물관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박물관들은 다양한 종류의 우수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가진, 많은 장점을 가진 훌륭한 박물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박물관은 훌륭한 소장품과 구성원의 탄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장품의 보존·관리와 조사·연구는 물론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는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롭게 시도하거나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전시입니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따로 구분해서 보는 시각입니다. 박물관은 서양의 ‘뮤지엄’에서 온 말인데, 일본이 이를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구분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마치 서로 다른 곳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어로 미술관을 뜻하는 ‘아트뮤지엄’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관은 박물관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역이나 연대를 기준으로 서로 구분 짓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이제는 그런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전시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시를 많이 하는 것이 우리 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더욱 활성화 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외 기획특별전시를 진행하면서 몇 차례 그러한 시도를 하였고, 2013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2층 휴게공간을 활용하여 전통을 이어가는 현대미술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1년마다 교체하여 전시하고 있는데, 지금은 임충섭 작가가 불교의 관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관음’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시도를 하고 있는데 좀 더 확대해 과거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현재 우리 삶 속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박물관은 전국에 많다. 하지만 지방의 협소한 박물관 같은 경우 버려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용지물 박물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물관을 지으려면 좀 더 심사숙고해서 지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박물관을 짓는다는 것은 기본적인 소장품을 확보하고 그것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집부터 짓고 채울 유물 찾는 경우를 많아 봐왔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그 점이 참 아쉽습니다. 성격과 소장품에 맞는 건립계획을 세우고, 건립 후에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계획까지 충실히 세워 지방의 작은 박물관이라 하더라도 알차게 운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주로 관광객이 다니는 데서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단체관람보다는 주로 관심을 가진 관람객이 개별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인들이 많이 방문했었는데, 요즘엔 중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 년에 15만 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 박물관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전시해설을 진행하고 있고, 13개 언어로 된 리플렛을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과 독자에게 한마디

박물관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예전에 방문했던 박물관이 지금도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상설전시도 계속 바뀌고 있고, 특별전도 1년에 6~7차례 개최하기 때문에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전시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번 찾았던 관람객이 재방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주 들러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뮬렌버그대(미술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서양미술사학회장과 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서울대 박물관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역임했으며, 2011년 2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이은주 취재 팀장 / 사진 남유진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