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0월 24일 내놓은 갤노트7 추가 보상 프로그램(보상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삼성전자가 고심끝에 추가 보상안을 꺼내 든 것은 10%밖에 안 되는 교환율을 끌어올려 갤노트7 리콜·단종 사태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절실하고도 분명한 목표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추가 보상안을 접한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을 어떻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상안’이라는 명칭에 걸 맞는 보상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S7·S7엣지를 24개월 할부 구입 후, 12개월 할부금을 납부한 뒤 기기를 반납하고 다시 S8·노트8을 구입하라는 것은 결국 3년 약정과 같다는 지적이다. 12개월 할부금을 납부하고 기기를 가지거나 S8·노트8 구입 시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면 보상의 개념으로 이해하겠지만, 기기를 반납하고 해당 사용 기간에 대한 사용료도 지급한다면 결국 제값을 내고 S8·노트8을 구매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불만인 것이다.
특히 내년 2월 또는 4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S8의 경우, 출시일까지 4~6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1년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치의 할부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따라서 이번 보상안은 기존 ‘갤럭시클럽’에서 매달 클럽 서비스 이용료 7,700원을 면제한 것에 불과하다며, 기존의 갤럭시클럽을 원용한 고육책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갤럭시클럽은 24개월 할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1년 이후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남아있는 할부금을 내지 않고 차기작을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이용료 면제는 내년 신제품 출시일을 놓고 계산했을 때 30,600원(내년 2월 출시될 경우, 총 4개월)에서 최대 4만 6,200원(내년 4월 출시될 경우, 총 6개월)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보상안에 대해 보상책이라기보다는 갤노트 S8 등 내년에 출시될 신제품을 팔기 위한 유인책(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만약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배터리 발화 원인 규명과 함께 삼성전자가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갤노트7 교체작업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 한발 더나아 갤노트7 고객 상당수가 애플 아이폰7이나 LG전자 V20 등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삼성전자가 이번 보상안에서 소비자 요구 충족과 회사 경영관리라는 관점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상당히 애썼다고 긍적적으로 평가할 여지도 엿볼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의 입장보다는 실속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소비자들의 생리다. 제품을 만든 삼성전자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 말할 나위없다.
지난 10월 20일 삼성전자가 추가 보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소비자들은 갤노트7을 갤럭시S7 등으로 바꾸면 내년에 추가비용 부담없이 갤럭시S8으로 맞교환 해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팽배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심지어 갤노트7 구매자 상당수가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마니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갤노트8로 바꿔줄 수 있다는 소문까지 흘러 나왔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보상안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새 보상안에 대한 설명을 듣기위해 이동통신사를 찾은 소비자들이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다.
문화관광저널 이은주 기자 rukie97@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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