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남쪽 부산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조사가 실시되는 등 한반도 위아래가 핵문제로 뜨겁다.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경주 대지진이 일어났던 지역 인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당하게 될까 염려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유래 없는 북한의 도발
지난 9월 3일,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강행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주변국에 통보도 하지 않은, 김정은 집권 후 네 번째 핵실험이었다. 핵실험을 전후해서는 미사일을 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무수단·노동·스커드미사일, 화성-12·14형 미사일 등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 김정일의 미사일 실험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용이었지만, 김정은은 온갖 종류의 미사일을 대거 동원해 다양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도 이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7일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사용하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 사용하게 된다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자국 군사력을 강조하며 북한을 비난했다.
전 세계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제재하기에 이르자 북한의 공격성은 한층 더 강화됐다. 미국 영토인 괌을 폭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걸 걸고 전쟁 막겠다”며 의지를 보였지만, 발언이 무색하게도 지난 8월에는 전국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았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의견을 내어놓았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지진을 느꼈다는 의심 신고가 쇄도했다. 특히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던 임진각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을 정도다.
신고리·한빛에 울리는 ‘탈핵’
부산경남 지방에서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싸고 탈핵·친핵 단체가 각각 원전건설 백지화와 건설 중단 반대를 주장하며 뜨겁게 부딪히고 있다.
경주 지진 1주년이었던 지난 9월 12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탈핵·환경 단체들은 부산시청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연대는 “작년 경주지진 발생 이후 634차례의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 등 지진에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에 원전이 더는 들어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건설중단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9월 9일,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원들이 '신고리 5·6호기를 사수하라' 집회를 열고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구호를 외쳤다. 한국원자력학회 관계자는 “영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45% 수준으로 우리나라(95%)보다 훨씬 낮다”며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원전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탈핵측은 에너지보다 안전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황혜주 대표는 “핵발전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물질을, 가장 오만한 기술로 다루다가 수차례 인류의 재앙을 초래한 최악의 위험시설”이라며 “고리원전 일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발전소가 모인 곳으로, 여기에 다시 2개를 더 짓겠다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빛원전
전남 영광 주민들 역시 한빛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빛원전은 지난 2012년부터 9차례나 안정성 문제가 제기 됐다. 품질보증서 위조 부품 사용, 원자로헤드 균열, 승인되지 않은 방식을 사용한 보수에, 불시정지, 사용 후 핵연료 운반용기 누설, 원자로 격납건물 콘크리트 타설 부실시공 등 많은 문제가 터져 나왔다.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에 대한 관점도 탈핵 찬반에서 엇갈리고 있다. 원자력업계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낮아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발전수단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환경단체 등은 해당 발전단가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환경·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주민들 불안감 나날이 커져
[사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전 주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주~포항~울진 등은 북한 미사일 타격권 안에 있어, 한반도 갈등이 고조될수록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주와 울진 등에 자리한 원전 구조물이 북한 미사일 공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북한이 공개한 군사작전 지도에 따르면 원전과 같은 국가전략 핵심시설이 먼저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시설을 먼저 타격함으로써 전력 및 보급을 차단하고, 부차적인 피해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건은 평화와 안전이다. 여론을 투명하게 수렴한 뒤 대화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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