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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언제 오세요?” 휴가철이면 버려지는 반려동물 급증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  / 2017-08-22 11:05:27

여름 휴가철이면 유기동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동물을 휴가 때 보살피기 힘들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버리는 것이다.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기 위해 태어난 반려동물들은 여행지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을 빙자하며 버려진다.

작년 8월 용인에서는 말티즈 한 마리가 마대자루에 담겨 생매장된 채로 구조대에 발견됐으며, 제주도에도 유기동물이 해마다 200마리씩 급증해 보호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에서만 지난 한 해 9천 건이 발생했고, 전국적으로 7~8월에 2~30% 증가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물이 주는 귀여움을 즐기기 위한 장난감의 의미인 ‘애완동물’이 아니라 한평생 가족처럼 곁에 두고 함께한다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확산돼 사용되고 있어도, 동물들에게 여름은 여전히 두려운 계절이다.

새끼였을 때는 한없이 귀엽던 동물들이 막상 키우다 보니 싫증이 나거나, 말을 잘 듣지 않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유기된다. 동물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고, 내가 버린다고 해도 누군가 대신 잘 키워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합리화가 동물 유기로 이어지고 있다.

휴가철에 유기되는 형태로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동물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곳까지 가서 유기하고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휴가지까지 데리고 가서 고의든 실수든 잃어버린 뒤 찾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이유든 버려진 동물들은 죽음으로 내몰린다. 서울시 ‘유기동물 구조·보호조치 현황·에 따르면 버려진 동물의 46%가 자연사 및 안락사됐다. 유기되는 애완동물의 경우 야생성이 없어, 보호소에 오기 전에 굶어 죽거나 로드킬을 당해, 실제로 유기동물이 사망하는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호소에 온 동물 중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4마리 중 한 마리꼴이다.

반려동물의 유기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는 보호자의 의식 부족이 가장 크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이 낮은 이유로는 반려동물 시장 자체가 동물을 상품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강아지 고양이들은 번식공장과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장 제품 찍어내듯이 생산돼 애견업계로 공급된다. 업체들도 동물의 외모를 부각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듯 분양한다. 시작부터 가족이 생기는 입양이 아니라, 물건을 분양하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개나 고양이를 판매하는 상점이 없고, 소수의 전문 사육자(브리더)들이 복지 기준에 맞춰 번식업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직접 브리더를 찾아가 충분한 대화와 정보를 공유, 보호자로서 자격을 인정받은 뒤에 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부모가 되는 것만큼의 공부가 필요하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사람과 동물은 서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그 시작부터가 쇼핑인 경우가 대다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노력을 귀찮아하고, 때로는 유기로 이어진다.

유기를 최소한으로 예방하기 위해 반려동물등록, 인식표 부착이 의무화되었지만, 관공서에 등록된 동물은 전체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힘든 여행 문화가 동물 유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상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며, 동물과 동반투숙이 가능한 숙박업소를 찾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동물을 맡길 수 있는 애견호텔에 제대로 된 기준이 없어 보호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동물을 그저 수용하는 것일 뿐, 비용에 합당하게 관리해주는 곳이 드물고, 때로는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소비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반려동물 동반여행 횟수에 따라 반려동물 운송비 할인 서비스인 ‘스카이펫츠’ 서비스를 도입했고, 객실 내 전용 침대와 간식, 장난감을 구비한 반려동물 패키지 상품을 내어놓은 호텔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및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역시 늘고 있다. 2012년 9천억 원이었던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20년 6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려동물 시장 구조의 변화와 제도 개선이 동반된다면, 여름철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