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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바가지요금, 국부유출의 원흉 되나?

양명철 기자 ymc@newsone.co.kr  / 2017-08-21 12:14:12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름휴가를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미 하계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 15일부터 8월 20일까지 37일간 인천공항 이용 여객이 약 68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작년 하계성수기(2016년 7월 16일~8월 15일)에 비해 3.4% 증가한 수치이다. 일평균 여객 예측치는 184,834명으로 역대 동·하계, 명절 성수기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8월 13일에는 일일 여객이 204,500명으로 역대 최다치(204,500명)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일일 출발 여객 또한 7월 29일(105,331명) 역대 최다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09년 약 950만 명 기록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우리 국민의 출국자 수는 연평균 약 13.4%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1~6월까지 누적 출국자수가 지난해(1,063만 69명)보다 18.7% 늘어난 1,262만 762명이다. 해외 출국자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저가항공사 증가에 따른 항공권 공급 확대와 온라인트래블에이전시(OTA)가 인공지능화로 해외여행 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해외여행이 늘어났다고 관광업계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여행이 크게 늘면서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서 쓰는 돈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7월 2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항공사’ 부문 개인 신용카드 사용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이는 개인이 해외 혹은 국내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사는데 쓴 돈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해외에 나가려는 수요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수지 적자 폭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올해 5월 여행수지는 13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5월(2억5,000만달러 적자)보다 11억1,000만달러 적자 폭이 더 늘어난 수치다. 5월을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최대 적자다. 주목할 점은 국내 소비 전반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해외여행만 유독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서점과 노래방 등이 각각 –6.2%, -4.6% 등으로 감소한데 반해 항공사는 15.2%의 증가를 보였다.

이렇게 여름 성수기인 휴가철에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난 데에는 국내여행 경비와 해외여행 경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매일경제에 의하면 해외 바캉스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몇 년 새 대중화된 저가항공의 영향으로 해외여행비용은 대폭 줄어든 반면, 국내 피서 비용은 여름철 바가지요금 탓에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평소 5만원 내외의 모텔 가격이 성수기가 되면 2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마저도 1~2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숙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여름철 바가지요금의 ‘호갱’이 되기보다 해외여행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의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의 2인이 3박 4일간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를 찾는 경우와 필리핀 세부를 다녀오는 비용을 보면 해운대의 경우 서울-부산 KTX 왕복 요금이 24만 원(12X2), 숙박비 18만~22만 원X3일에 54만~66만 원(펜션•중저가 호텔 기준), 4일 식비•여가비 약 50만 원(25X2)으로 128만~140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필리핀 세부의 경우 왕복 항공권 50만 원(25X2), 숙박비 7만~16만 원X3일에 21만~39만 원(4성급 리조트 기준), 4일 식비•여가비 약 40만 원(20X2)으로 총 111만~129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바가지요금이 가장 극성을 부리는 분야는 역시 숙박이다. 필리핀·베트남에선 2인 기준 1박에 5만~15만 원이면 4~5성급 고급 리조트나 호텔도 이용할 수 있지만, 부산 해운대 인근의 경우 비성수기에 10만~14만 원이던 2인 기준 방이 8월 초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는 22만~38만 원으로 올랐다. 평소 10만~26만 원 수준이던 인근의 호텔들도 방이 32만~45만 원에 예약되고 있었다. 비단 해운대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호텔과 펜션 등이 여름철 성수기 요금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계곡을 찾아 나서는 피서객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하천법상 금지하고 있는 계곡 옆 평상의 자릿세는 전국 각지의 계곡에서 성행하고 있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나와 당장에 답답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낼 수밖에 없는 피서객들은 찌는 더위에 울분이 치솟는다고 입을 모은다. ‘계곡 평상’은 현행법에 따르면 “하천의 흐름을 막는 행위로 불법 점유에 해당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이지만 휴가철 제대로 된 단속이 되지 않는데다 전국의 계곡에서 일제히 벌어지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다. 결국 휴가객들은 휴가철 성수기 치솟는 숙박비와 이마를 찌푸리게 만드는 바가지요금 보다는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여행으로 돌아서고 있다.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모처럼 살아나는 소비심리가 정작 해외로 쏠려 국내소비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를 완화하는데 기여했지만,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했다. 결국 국내 여행 증가로 내수가 좋아지지 않는 한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도 내수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개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수성을 잘 살린 매력적인 관광지를 늘린다 하더라도 성수기 폭등하는 숙박비와 자릿세, 바가지요금 관행은 피서객의 발걸음을 해외로 눈 돌리게 하고 있다. 바가지요금은 지출계획의 수립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해외여행은 그래도 지출계획이라도 수립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출가능 수준이라면 결국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 돌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름철 각 지자체는 서로 앞 다퉈 바가지요금 단속계획을 발표하지만 정작 현장에 가면 단속 공무원은 볼 수도 없고, 당당하게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상인들 앞에서 피서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비싼 가격에 손님이 없으면 가격을 내리기라도 해야 하지만 상인들은 피서객들과 치킨게임이라도 하는 듯 배짱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지만 이러다 국내 여행은 줄고 해외여행만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명철 기자 ymc@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