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사장 정창수)는 17억에 달하는 무슬림이 한국에서 걱정 없이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행 중인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제’ 사업에 올해 117개 식당이 새롭게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1년차인 작년에 참여한 135개를 포함해 총 252개의 식당이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으로 분류된 셈이다.
무슬림은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와 술 등을 먹지 못하며, 소나 닭 같은 다른 육류는 율법에 따라 도살되고 가공된 것을 먹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율법을 지키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이슬람권에서 세속국가로 분류되는 카자흐스탄은 무슬림 인구가 70%에 이르지만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아시아에서 한국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국민들이 음주를 즐긴다.
공사에서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무슬림에게 적합한 식당을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해서 개인의 신념과 기호에 맞는 식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외부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식당(“할랄 공식인증” 유형)과 운영자 스스로가 할랄임을 밝힌 식당(“자가인증” 유형)은 어떤 무슬림이라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반면에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 메뉴를 일부만 제공하는 식당(“무슬림 프렌들리” 유형)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 무슬림들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돼지고기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슬림이라면 돼지고기가 섞인 재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밝힌(“포크 프리” 유형)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공사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제에 참여한 식당의 홍보를 돕기 위해 9월~10월 2개월간 공동 프로모션 행사인 ‘할랄 레스토랑 위크’를 개최한다. 공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는 무슬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식당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주요 시장의 방한 관광객에게 널리 알리는 한편, 유명 무슬림 셰프 초청 행사를 통해 국내 식당들이 할랄 음식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공사는 “정식 분류제 사업 2년차를 맞아 식당들과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무슬림 시장이 대안으로 자주 언급되었던 점도 이러한 지자체와 식당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신규 참여한 117개 식당 중 3/4이 지방 소재 식당으로, 경상권에서 71개 식당이 참여해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지역으로 꼽혔다. 또한 올해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한 곳이 처음으로 분류제에 참여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무슬림 관광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무슬림 관광객이 주목받고 무슬림 수용태세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친화 레스토랑 분류제 사업을 담당해 온 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정기정 팀장은 “무슬림 방한 여건 조성은 인프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비(非)무슬림권 국가 방문을 결심한 무슬림이라면 보통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문화를 경험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식당과 기도실 같은 물리적 여건보다도 무슬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갖춰야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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